가족계획 영수 라이트모티프, 춤을 추어요
영화 가족계획 배두나 테마송으로 사용된 장은숙의 '춤을 추어요', 이 노래를 들었을 때 한국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는지 알아보자.
영수 라이트모티프
영화 가족계획에서 영수(배두나)가 능력을 쓸 때마다 흐르는 노래는 가수 장은숙의 '춤을 추어요'다. 영수의 라이트모티프로 사용됐다.
- 영화에서 특정 인물의 등장, 사건, 주제 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음악을 '라이트모티프(leitmotif)'라고 한다.
'영수'의 능력은 일종에 최면 같은 거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극중에서는 마치 초능력자의 능력처럼 압도적으로 그려진다. 이를 위해 음악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.
영수가 능력을 쓸 때 반복적으로 플레이 되는 '춤을 추어요'를 듣고 관객 역시 최면에 빠지는 것 같다. 노래가 나오기만 하면 평범한 장면에서도 영수가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고 어느새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.
- 영수의 대사 중 '주목'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.
춤을 추어요
가수 장은숙의 '춤을 추어요'는 1978년 발매된 노래로, 주 소비층은 50~60년대생이였다.
70년대생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일지라도 가수와 노래까지 정확히 매칭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.
아마 90년 이후 출생자들은 처음 듣는 노래일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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춤을 추어요 |
🔽 분위기
발랄하고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지만 가사는 발매 당시의 한국 정서를 반영한다.
🔽 가사
- 함께 춤을 추어요
- 행복한 춤을 추어요
- 멀리 사라진 날을
- 이대로 잊어버려야 해요
'춤을 추어요'의 템포가 흥겹기 때문에 즐겁게 춤을 추고 있는 누군가를 연상할 수 있다. 하지만 지난 기억을 잊을 수 없어 아파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.
- 당신의 검은 머리엔
- 어느새 하얀꽃 피고
- 당신의 웃음속엔
- 눈물 자욱이 있어요
한국인들의 머리카락 색상을 보통 '검은색'으로 표현한다. 참고로 실제 색상은 옅고 짙은 정도에 따라 약간은 차이가 있다.
한국인들에게 흰머리 없는 '검은 머리'는 젊음의 상징이다. 거기에 하얀꽃이 폈다는 건 흰머리가 나고 세월이 흘렀다는 시적인 표현이다.
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눈물 나게 아픈 상처에 대한 암시이거나 살아온 세월이 힘들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, 두 가지 해석 모두 가능하다.
첫 소절에서는 '춤과 잊어야 할 기억', 두 번째 소절에서 '웃음과 눈물 자욱'이 서로 대구를 이룬다.
- 함께 춤을 추어요
- 행복한 춤을 추어요
- 잊어버려요 당신의
- 슬픈 이야기들은
🔽 한국적 정서
노래 가사에서 한국의 '한'이라는 정서를 엿볼 수 있다. '애끓는 사연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는 삶'이라는 정서, 하지만 90년대 이후 발매된 노래 가사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.
🔽 추어요
'춤을 추어요'라는 표현은 구어로 쓰는 말은 아니다. 문어적으로 시적인 표현에 가깝다. 함께 춤을 추고 싶을 때 "춤 추자!" 혹은 "춤 출래요?" 같은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. 만약 비슷한 어조로 말하고 싶다면 "춤 춰요"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.
그런데 한국은 '춤 문화'가 발달된 건 아니라서 일부 춤 동호인을 제외하면 함께 춤을 추는 일은 극히 드물다. 일평생 저런 말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본다.
대신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로 음식 이름 중 추어탕을 기억해두면 좋겠다. 미꾸라지를 '추어'라고 부르는데 '추어탕'의 주 재료로 쓰인다. 한국의 보양식 중 하나다.
아마 미꾸라지 손질을 하고 계신분께 '그게 뭐에요?'라고 질문한다면 '추어요'라고 대꾸하실거다. '추어요?' 그러면 '응, 미꾸라지' 이럴거다.
가족계획 속 '춤을 추어요' : 감상
영수가 거울을 보며 웃는 얼굴을 연습하는 모습이 '춤을 추어요'의 노래 가사 내용과 궤를 함께한다. 혼자 산다면 얼굴 표정을 연습할 이유가 없다.
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다. 춤이던 웃음이던 어울리려는 마음 자체가 이미 탈출구일지 모르겠다.
지금의 내 모습을 알고 있고,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있다면 그게 어디로 든 나를 데려 갈테니까.
💬 출처
- 이미지 출처 koreanfeel.com
- 가수:장은숙 (1집) - 춤을 추어요 (1978年)
- 작사:지명길 / 작곡:강승식